"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의 경고는 단호하고 뼈아팠습니다. 지정학적 갈등과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거대한 폭풍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가장 먼저 그 파동을 체감하고 있는 곳은 바로 '유럽 항공 업계'입니다.
6주 분량 남은 항공유… 5월 유럽 항공 대란 가시화
현재 유럽에 남은 항공유(제트 연료)는 길어야 6주 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는 거래 업체들로부터 "5월 대부분까지만 충분한 연료 공급을 보장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조선 통행이 조만간 재개되지 않는다면 5월 말부터는 연료 부족 사태가 현실화된다는 의미입니다.
국제공항협의회 유럽지부(ACI Europe) 역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긴급 서한을 보내 5월 초부터 제트 연료 부족 사태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IEA 비롤 총장의 예측대로, 정유소 가동이 중단되고 도시 간 항공편이 연료 부족으로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왜 유럽이 가장 먼저 흔들리는가?
유럽이 이토록 항공유 공급에 취약해진 원인은 수십 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 있습니다.
역내 정유소들이 환경 규제와 채산성 악화로 잇따라 폐쇄되면서, 유럽의 수입 항공유 의존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유럽 내 제트 연료 소비 1위인 영국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970년대 18곳에 달하던 영국의 정유소는 현재 단 4곳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 결과 유럽의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의존도는 41%까지 치솟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자마자 완충 지대 없이 곧바로 연료 고갈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이 먼저 직격탄 맞는다"… 덮쳐오는 전쟁 비용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사태가 결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IEA 비롤 총장은 이번 에너지 위기의 여파를 경고하며 "한국이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콕 집어 지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국가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막히고 유가가 폭등할 경우, 무역 수지 악화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이 급증하게 됩니다. 전력망 운영부터 수소 경제, 탄소중립으로 이어지는 K-에너지 정책 전반이 막대한 '전쟁 비용'이라는 암초를 만나게 되는 셈입니다.
당장 다가올 우리의 현실과 대비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당장 우리의 일상과 직결됩니다. 당장 다가오는 5~6월, 유럽을 비롯한 주요 해외 노선의 항공편 취소나 장시간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항 체류 시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여행용 대용량 보조배터리와 같은 비상용 전자기기나 필수품을 챙기는 등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는 추세입니다.
에너지 안보는 이제 단순한 국가 정책의 영역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개인의 일상을 위협하는 가장 현실적인 리스크가 되었습니다. 국제사회의 공조와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안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며, 동시에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다변화 전략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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